게임 현지화(번역)를 하는 이유


Written by 달달한짬뽕


오늘은 게임 현지화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이야기는 한글화(해외 게임을 한글로 현지화하는 것의 속칭)를 기준으로 얘기하겠습니다. 국내 게임 개발사의 현지화 관계자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언어만 바꿔서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임 한글화가 필요한 이유는 게이머와 개발사가 각각 다른 입장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개발사의 입장에선 한글화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게임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한글화한 게임이 유저 접근성 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게임보다 훨씬 좋을 테니 게임만 잘 만들었다면 충분히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겠죠.


그렇다면 게이머의 입장은 어떨까요?


1. 한글이 편하잖아


게임은 공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즐기는 것처럼 게임도 그 속에 있는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 게임 속에 우리가 학교 수업 시간에만 만나고 싶었던 영어가/중국어가/일본어가 등장하면 어떨까요? 게임 한글화는커녕 정식 발매만 해줘도 “개발사님(or 퍼블리셔님) 감사합니다(굽신굽신)”를 외치던 시절이라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순작용(?)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요즘처럼 한글화되어 나오는 타이틀이 많은 상황이라면 금세 게이머들 사이에서 잊히기 쉬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그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건 좀 오버가 아닐까요? 굳이 영어공부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한글화 게임이 많아진 요즘이 전 너무 좋습니다.^^;;


2.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출장, 여행 등으로 해외에 머문 시간을 다 더해도 한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 그간 해외 체류 기간이 한달 정도라면 완전히 토종 한국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이런 제가, 비록 30여 년 넘게 그리고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지만 영어(또는 다른 외국어)가 주는 감정선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건 많이 어렵습니다. 잘 안 들리면 다시 들어봐야 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면 사전도 찾아봐야 합니다. 공부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한글화를 하고 우리 성우들이 출연하여 직접 더빙까지 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완전히 몰입하여 스토리가 주는 감동에 푹 빠지곤 합니다.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게임 한글화는 참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내가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온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간혹 특정 문화에 열광하는 분들이 해당 언어가 아닌 한글 또는 우리말 음성으로 나오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수준이 떨어진다고 폄하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제게 있어서 한글화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단점은 뭐가 있을까?


이렇게 좋기만 할 것 같은 한글화에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사실 게이머의 입장에서만 보면 그닥 와닿지 않을 부분이지만 게이머도 소비자로서 게임 산업과 이미 한 몸인 상태이니 개발사의 입장도 알고 있자 정도의 개념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개발비가 증가한다


한글화는 필연적으로 개발비 증가 요인이 됩니다. 당연히 번역을 해야 하고 그 번역이 제대로 게임에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LQA(Linguistic Quality Assurance) 작업도 진행해야 합니다. 다 돈이죠. 거기다 더빙까지 한다면 한글화 비용은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아주아주아주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2) 개발 기간이 증가한다

단순히 개발비만 증가하고 인원 더 때려박아서(?) 빨리 결과물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또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개발비 증가에 정비례해서 개발 기간이 늘어납니다. 이건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겁니다. 게임의 내용이 많을수록 번역해야 할 내용도 많아지니 비용이 증가하고, 거기에 맞춰 기간도 늘어나게 되니까요.


3) 제대로 된 현지화를 하지 않으면 돈 쓰고 욕 먹는다


게임의 개발 구조상 현지화 부분은 가장 끝으로 밀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다보니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크런치 모드에 항상 노출됩니다. 품질이 아닌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는 경우도 생기고 수류탄을 던지면 구멍에 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2차, 3차 검수를 하지 못해 생긴 웃지 못할 상황들이 게임 안에서 연출되는 것이죠.

한글화만 되어 있어도 감동하던 게이머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돈을 아끼겠다고 검수 인력이나 과정을 줄이거나, 시간이 없다고 생략하는 상황이 빈번해지면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개발사는 장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게이머들로부터 욕을 먹게 되지 않을까요?


댓글

  1. 게임은 그냥 한글만 나오면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하는 분들이 전국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던 시대부터 게임을 했던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과 희망을 동시에 갖게 되는 글이네요. 확실히 요즘은 한글화되는 게임이 많아지긴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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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 한글화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의 세계 진출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탐윈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자주 놀러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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