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번역을 위한 도움말 - 번역의 위험한 ‘적’
Written by 어니언후르츠
번역 작업에는 흔히 ‘번역투’, ‘번역체’라고 불리는 유혹이 언제나 따라다닙니다.
우리가 해외의 작품을 읽을 때 모두 원문으로 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친 결과물을 읽게 되고,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번역투’에 적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번역하거나 글을 쓸 때도 읽기 편한 어휘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번역된 결과물에서 많이 보던
어투, 어휘를 따라 쓰게 됩니다. 그런 표현의 글을 지금까지
더 많이 읽었기 때문에 글을 쓸 때도 그게 더 자연스럽고 적절하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번역투가 글의 의미를 완전히 헤치거나 번역에서 오역으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어휘들을 사용하면 글로 정보와 지식을 매끄럽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은 번역투 중에서도 ‘~적’이라는
표현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조어 ‘~적’은 번역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어휘입니다.
이는 일본식 조어로 19세기 말 이후 일본어에서 유입되어 1910년대 이후 문학 작품에 널리 쓰이면서 한국어에 정착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당장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서도
온갖 불필요한 ‘적’이 다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어 이미 굳어져 있다는 뜻이죠.
현실적으로 무조건 이 표현을 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우리말의
일부분이 됐고 적절하게 사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번역을 할 때 무분별한 남용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을
아예 빼어버리거나, 대신 ‘의’나 ‘에서’ 같은 다른
조사를 쓰거나, 의미를 아예 풀어서 ‘~같은’, ‘~스러운’ 같이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배우를 전국에 유명한 배우로, 일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일에 관해서 가까운 관계로,
개방적인 문화를 열린 문화로 바꾸면 간결하고 뜻도 분명해집니다.
이 외에 여러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을 바꾸는 예시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치적 문제 → 정치에 관련된 문제
구체적인
설명 → 자세한 설명
과학적
지식 → 과학에 바탕을 둔 지식
대대적으로
→ 크게
연속적으로
→ 잇달아
노골적으로
→ 드러내 놓고
감상적
→ 감상에 빠져 있는
유보적
입장 → 미루는 태도
경험적
연구 → 경험을 통한 연구
비인도적
→ 사람답지 않은
주관적
견해 → 주관에 따른 견해
이 예시들을 참고하셔서 여러분이 앞으로 ‘~적’을 빼거나 다양한 표현으로 고쳐 쓰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조금만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주면 훨씬 고급스러운 결과물이 탄생하고, 그 조그마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의 노력을
인정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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