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번역을 위한 도움말 – 깔끔하게 줄여 쓰기


Written by 어니언후르츠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불필요한 말, 번역물에서 많이 보던 어투, 어휘를 줄이고 번역투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기 위해 노력해보았는데요, 오늘도 이를 위해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접근해보려 합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이 짧은 문장을 한번 읽어볼까요?

“아버지께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으셨다.”




어떤가요? 뭔가 어색한가요? 별다른 생각이 없으셨나요?


오늘은 바로 ‘~에 대해서’, ‘~에 의해서’, ‘~에 관해서’, ‘~에(게) 있어서’의 무분별한 사용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에 대해서’, ‘~에 의해서’, ‘~에 관해서’, ‘~에(게) 있어서’

모두 일본어에서 나타나는 후치사인데, 국어에도 유입되어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대하다’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마주 향하여 있다,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대상이나 상대로 삼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에’ 정도면 격조사로서 충분하기 때문에 ‘~에 대하여’와 같은 활용형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이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짧고 분명한 예를 하나 들자면, ‘다음 질문에 대해 답하세요.’ 같은 문항을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그냥 ‘다음 질문에 답하세요.’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실이죠.

이런 불필요한 후치사가 붙은 문장들을 깔끔하게 줄여 쓰는 예를 몇 가지만 봐도 금방 감이 잡히실 겁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굳이 사랑에 대해 정의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방식에 따라 나름대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굳이 사랑을 정의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방식에 따라 나름대로 사랑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배상복 우리말 칼럼, 2004.8)


그 남자의 소식으로 인한 기쁨에 의해 타오르는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그 남자의 소식에 기뻐서 타오르는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모든 회원국은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

모든 회원국은 국제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



참 쉽죠?

하지만 처음 함께 살펴본 짧은 문장처럼 불필요한 후치사가 붙은 문장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에 대해서’를 계속해서 지우고 있었습니다. 신경 쓸 번역투가 많아질수록 힘들어지겠지만 조금만 더 주의한다면 여러분의 번역은 더 고급스러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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