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역사 4 - Arsene Who & The Invincible

Written by mediumsung

아르센 벵거 부임 팬들과 언론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당시 잉글랜드는 지금과 달리 외국인 감독이 거의 없었고 선수들조차 외국인 감독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벵거는 모나코에서 감독으로서 재능을 인정 받은 감독이었지만 잉글랜드 인들에게는 그저 일본에서 감독을 하다 온 프랑스 인일 뿐이었다.

그러나 벵거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아스날을 전혀 다른 팀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 매일 경기가 끝난 후 술과 담배를 하고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다니던 선수들의 습관과 식단 체계를 관리했으며 당시 잉글랜드에는 없었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벵거의 훈련 시스템과 선수 식습관 관리는 이후 모든 구단이 따라하는 등 잉글랜드 축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당시 잉글랜드 구단의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알아서 훈련을 하라는 식으로 훈련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훈련 지시를 내렸다. 벵거는 선수들에게 날마다 다른 훈련을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스톱 워치, 마네킹을 이용한 전술, 패스 훈련, 근육 스트레칭, 프라이오메트릭 기법, 요가를 도입했다. 철의 포백 중 한 명인 스티브 보울드는 선수 시절 했던 요가로 자신의 커리어가 2년 늘어났다고 회상하기도 했으며, 미스터 아스날이자 잉글랜드 역대 최고 센터백 중 한 명인 토니 아담스는 지독한 알코올 중독이었으나 벵거 덕에 아스날에서 23년 간 504경기를 출장할 수 있었다.

전술적으로도 벵거는 잉글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축구를 구사했다. 조지 그레이엄 시절의 아스날이 그랬듯 잉글랜드 구단들은 대부분 히트 앤 런, 뻥 축구를 구사했는데 벵거는 빠른 패스와 스위칭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는 패스 축구를 시도했고 이는 잉글랜드 리그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팀의 코어 라인인 데니스 베르캄프, 패트릭 비에이라, 토니 아담스의 활약에 힘입어 벵거 부임 1년 만에 아스날은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따내며 더블을 달성한다. 그러나 당시 잉글랜드 리그의 절대 강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려 이후 3시즌 동안 준우승에 머물렀고 99/00 시즌에는 UEFA컵에서 승부차기로 패배,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아스날은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스, 프레드릭 융베리, 솔 캠벨 등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고 이들은 아스날의 최전성기를 이끄는 주축 멤버가 된다.

01/02 시즌 아스날은 숙적 맨유를 제치고 38경기 전 경기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우승 트로피를 따낸다. FA 컵에서도 런던 라이벌 첼시를 꺾고 우승해 두 번째 더블을 달성했다.

그리고 대망의 03/04 시즌, 벵거의 아스날은 리그 38경기 26승 10무의 성적으로 EPL 최초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무패 우승을 달성한다. 이 기세는 다음 시즌까지 이어져 49경기 무패 기록을 세우지만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선수 영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무리뉴의 첼시에 밀려 리그 우승에 실패한다. 그러나 FA 컵 우승 트로피를 따내 구단 통산 10번째 FA 컵 우승을 달성한다.

2005년 팀의 주장이었던 패트릭 비에이라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는 이유로 팀을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한다. 아르센 벵거는 바르셀로나 아카데미에서 빼돌린 신예 세스크 파브레가스로 비에이라의 빈자리를 메꾸며 지독하게 인연이 없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에 성공한다.

상대는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있던 바르셀로나였으나 승산이 아예 없진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 아스날의 골키퍼 옌스 레만이 퇴장을 당해 솔 캠벨이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바르셀로나의 역전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된다. 이 패배를 기점으로 무패 우승 멤버들은 아스날을 떠난다. 레만의 퇴장 이후 자신을 백업 골키퍼와 교체한 벵거에게 실망한 로베르 피레스는 비야레알로 이적했고 얼마 후 킹, 티에리 앙리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펩 과르디올라가 이끈 역사상 최강의 축구 팀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로 이적을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