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한글판으로 완다와 거상 해야 돼?



Written by mediumsung


처음 접해보는 게이머에게 완다와 거상은 매우 불친절한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스토리에 대한 설명도 없고 주인공 완다와 미지의 존재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외계어로 대화를 한다. 플레이어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말 이름인 아그로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한바탕 외계어를 쏟아낸 이후에 밖으로 나가면 검을 들고 빛이 모이는 곳으로 향하라는 한 줄 자막이 길 찾기 튜토리얼의 전부이다. 이 게임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 싶어 이런 저런 버튼을 눌러보다 그 한 줄 튜토리얼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 상태로 넘어간 필자는 빛을 쏘기만 하고 모을 줄 몰라 세 번째 거상을 잡으러 가기 전까지도 길을 찾지 못하고 하염없이 아그로를 타고 돌아다니며 3D 멀미를 견뎠다.



UI는 어떤가. 체력과 스태미너를 나타내는 막대기와 동그라미가 오른쪽 아래에, 거상의 체력이 왼쪽 위에 나올 뿐 어떠한 글자도 없다. 거상에 매달려 있으면 스태미너가 변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게 줄어들고 있는 건지, 위험한 상태라는 건지 그 어떤 설명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완다와 거상을 굳이 한글화를 할 필요가 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완다와 거상은 “밖에 있는 거인을 순서대로 찾아서 올라타 칼 꽂는 게임”이란 것만 알면 플레이가 가능하다. 거인의 특징을 말해주며 약점을 유추하게 하지만 설명 없이도 열심히 궁리하다 보면 방법은 찾을 수 있다. 검을 들어 빛을 거상에게 비추면 거상의 급소를 알 수 있다지만 거상을 피해 다니면서 여기 저기 찌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깰 수 있기는 하다.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이미 한글화가 된 게임을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처음 언급했듯 완다와 거상은 불친절한 게임이다. 플레이어에게 거상을 잡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제공한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필자는 빛을 모아야 한다는 부분을 놓쳤지만 검을 이용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정보는 자막을 통해 습득할 수 있었고 검의 빛을 거상에게 비추면 약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받았기에 검의 빛을 거상에게 비추다 밟혀 죽었다. 일본어로 플레이했다면 검을 높이 들고 달릴 생각도, 거인에게 비춰볼 생각도 못한 채 어느 커뮤니티의 “안 한글은 불매” 댓글에 추천 버튼을 누르러 갔을 것이다.

“밖에 있는 거인을 찾아 칼로 죽이면 되는 게임” 이상의 정보를 원하는 플레이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아니, 3D 멀미에 굴복한 필자가 완다와 거상이라는 게임에 그다지 흥미가 없을 뿐 다수가 원할 것이다. 주인공 완다와 도르민의 대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완다가 왜 거상을 죽이러 가는지, 완다가 데려온 여성은 누구인지, 도르민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게임을 사게 하려는 개발사와 유통사,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게임을 하려는 플레이어 모두에게 이득 아닌가.

한글화의 목적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플레이어가 온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완다와 거상 한글판은 그런 목적에 완전히 부합한다. 그렇기에 대답할 수 있다. “완다와 거상은 한글판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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